저번 2월 18일을 기준으로 벌써 대구지하철 참사 17주기가 되었다. 2003년 2월 18일, 한 정신병자의 방화로 인해 너무 많은 인명이 사라졌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가족들과 친구들은 괴로움과 슬픔이 오갔고 그들을 구하고자 하는 소방관들도 최선을 다했지만
더 최선을 다하지 못한 자신들을 자책했다.
이 참사를 계기로 수많은 것이 바뀌었다. 지하철 내부의 재질은 불에 타지 않는 재질로 바뀌고 대응책도 변경되었고 일반인들도
사고 시 신속히 탈출할 수 있도록 설명문이 크게 부착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아직 바뀌지
못하고 논란 중인 사람이 한 명 있다.
그는 바로 당시 1080호 기관사이신 최상열 기관사.
(* 언론 등에 이름이 공개되어 있어서 실명을 게재했지만 문제 시 삭제하겠습니다)
-- <사고 전개>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0320806
<대구지하철 참사를 보도한 최초 뉴스>
아침 9시 52분 32초, 반월당역에서 발차한 대구 도시철도 1호선의 전동차 1079호는 중앙로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1079호의 1호차 안에는 일반석에 방화범 김대한이 앉아있었고 그의 옆에는 작은 가방이 놓여있었다.
중앙로역에 도착할 무렵 김대한은 가방에서 샴푸통을 꺼낸 뒤 뚜껑을 열고 자꾸 라이터를 켰다 껐다 하고 있었다.
당시 맞은편에 앉아있었던 승객 전융남은 김대한에게 외쳤다.
"저기요, 당신! 왜 자꾸 라이터를 껐다 켰다 하십니까?"
<방화범 김대한>
김대한은 전융남의 외침에 묵묵부답으로 답했다. 그런데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멈추고 출입문이 막 열릴 무렵 김대한이
별안간 샴푸통 안에 불을 붙이려 했다. 샴푸통 안에는... 휘발유가 들어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본 3~4명의 승객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김대한에게 달려가서 소리쳤다.
"야! 지금 뭐하는 짓이야!"
그들은 김대한을 막으려 했지만 불은 이미 휘발유에 붙어버렸고 김대한은 샴푸통이 든 가방을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이윽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은 순식간에 객실 내로 번지기 시작했고 천장까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김대한은 불을 붙이는 과정에서 옷에 불이 붙었고 전동차 밖으로 달아났다.
객실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졌고 "불이야!"라는 외침이 오가기 시작했다.
<옷에 불이 붙은 채 지하철 밖으로 도망치는 김대한>
당시 1079호를 운행 중이던 최정환 기관사는 중앙로역에 정차하던 중 갑자기 "불이야!"라는 외침을 듣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보니 1호칸에서 시작한 불이 순식간에 다른 칸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최정환은 급히 소화기를 가져와 사정없이 뿌려댔지만 불길은 꺼질 기색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초기진화에 실패했다고 느낀 최정환 기관사는 승강장으로 나와 승객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다행히 이 때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출입문이 열려있어 승객들이 피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빠르게 확산하는 불길로 인해 50여명의 승객들은 유독가스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다.
<화재발생 직후 CCTV 화면>
그런데 최정환 기관사는 이 때 큰 실수를 하고 마는데 불길에 휩싸인 전동차를 끄느라 운전사령에게 화재위치와
규모 등을 미처 보고하지 못한 채 역사 밖으로 대피했다.
그는 아마도 자신 말고도 승강장에 다른 역무원들도 있으니까 그들이 보고했을거다라고 생각했었을 것 같다.
<화재발생 직후 CCTV 화면. 왼쪽에 화염에 휩싸인 1079호가 보인다>
그런데 1079호가 방화로 인해 활활 타오르고 있을 즈음 1080호는 대구역에 정차해서 사람들을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승객들을 태운 뒤 1080호는 9시 55분 30초에 중앙로역을 향해 발차한다.
중앙로역으로 향하고 있는 도중 9시 55분 36초에 최상열 기관사는 종합사령실 운전사령에서 무전을 받았다.
"중앙로역 진입 시 조심하여 운전하여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지금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운전사령은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마는데 이 때 당시 중앙로역은 1079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유독가스로 가득 차있었다.
그래서 당시 중앙로역으로 가고 있는 1080호에게 당장 멈추라고 하거나 무정차 통과를 하라고 무전을 때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그냥 주의만 주었고 이 선택은 결국 최악의 선택으로 변하고 말았다.
최상열 기관사도 운전사령의 무전을 듣고 그냥 단순한 화재로 치부하고 있었다.
1080호는 계속해서 중앙로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앙로역에 도착하기 전 최상열 기관사는 역 구내에 매연이 가득한 걸 발견하지만
운전사령의 무전 때문에 최상열 기관사는 이 때도 별다른 화재가 아닐 거라 생각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중앙로역으로 진입했다.
결국 운전사령의 무전 후 9초 후인 9시 55분 45초, 1080호는 중앙로역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1080호가 중앙로역에 진입하자마자 수많은 검은색 매연이 1080호를 덮치기 시작했고 최상열 기관사는 매우 깜짝 놀랐다.
설상가상 당시 화재의 원인인 1079호는 유독가스로 가려져있었기 때문에 최상열 기사는 1079호를 보지 못했다.
이 때 1080호는 자동운항모드로 움직이고 있어서 1080호는 자동으로 중앙로역에 정차한 후 출입문을 개방했다.
출입문을 개방하자마자 검은색 유독가스가 열차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승객들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불타는 1079호 바로 옆에서 정차하는 1080호>
당시 1080호의 운전실 측 창문은 유독가스 때문에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어 최상열 기관사는
창문을 열어 무슨 일인지 확인하려 했고 생각보다 상태가 매우 심각하자 최상열 기관사는 곧바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출입문을 닫습니다. 곧 출발합니다."
최상열 기관사는 곧바로 출입문을 닫고 1080호의 운항모드를 수동으로 바꾼 뒤 즉시 중앙로역을 벗어나려 했지만
하필 이때 9시 56분 7초에 발생한 전차선 단전 때문에 1080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전동차의 전력이 차단되자 당황한 최상열 기관사는 운전사령에게 열차통신으로 보고한다.
운전사령 : 예. 사령이상. 사령이상.
운전사령 : 예. 사령이상.
1080열차 : 예.1080입니다. 지금 단전입니까?
운전사령 : 단전이니까 방송좀 하시고.
운전사령과 교신하지만 정작 운전사령은 안내방송을 하라고만 한다. 답답해진 최상열 기관사는 지금 중앙로역 전체가
유독가스로 가득 차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다고 계속 알리지만 운전사령은 계속 방송만 하라고 한다.
1080열차 : 예.
운전사령 : 거저 뭐야, 안내방송 하시고.
1080열차 : 엉망입니다. 답답하니까 빨리 조치 바랍니다.
그렇게 계속 운전사령과 교신을 하고 있는 동안 1080호의 승객들은 출입문이 열릴 때 들어온 유독가스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다.
최상열 기관사는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고 전원이 차단된 전동차에 계속 급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승객들을 밖으로 대피시키는 게 더 좋았겠지만
당시 녹취록을 보면 최상열 기관사는 중앙로역을 빠져나가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1080열차 : 예. 중앙로역입니다. 대피시킵니까? 어떡합니까?
운전사령 : 단전돼서 차가 못 움직이잖아, 지금!
녹취록을 보다시피 운전사령과 최상열 기관사는 전동차 급전에만 집중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계속 허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9시 58분 28초에 전동차에 급전이 이루어졌다.
1080열차 : 예, 지금 바로 출발합니다. 급전되었습니다.
운전사령 : 급전됐어?
1080열차 : 예.
운전사령 : 그럼. 발차.
1080열차 : 예.
운전사령 : 조심해 나가세요.
그러나 화재의 영향 때문에 전동차의 전력은 다시 끊기고 말았다. 이 때 최상열 기관사는 바로 승객들을 대피시켜야 했다.
전동차에 급전이 3차례나 실패하면 전력이 재공급되지 않는 시스템 때문이었다.
또 급전이 3차례나 실패하면 반드시 전동차를 버리고 탈출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 녹취록을 보면 최상열 기관사와 운전사령은 이 시스템을 완전히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운전사령 : 예. 사령이상.
1080열차 : 지금 급전됐다 왔다 갔다 하는 데. 차 죽여서 다시 살릴게요. 지금 급전됐다 살았다가 죽었다 엉망입니다.
운전사령 : 침착하게. 침착하게 하세요. 아 여보세요.
설상가상 이 때 1079호의 불이 1080호에 옮겨붙기 시작하고 1080호까지 불길에 휩싸이자
그 영향으로 종합사령실과 1080호의 통신까지 두절되고 말았다.
다행히 전화선은 살아있어서 최상열 기관사는 운전사령과 휴대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한다.
10시 2분 48초, 운전사령이 1080호에 여전히 전력공급이 되지 않아 계속 중앙로역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깨닫고 최상열 기관사에게 승객들을 대피시키라고 말했다.
운전사령 : 승객들을 승강장 위로 대피시키라
이에 최상열 기관사는 출입문을 개방하고 승객대피 안내방송을 실시했으나... 정작 전동차를 감싼 맹렬한 불길의 영향으로
열리지 않은 출입문이 많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승객들이 수동으로 출입문을 열어야 했으나
당시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설상가상 안내문까지 붙어있지 않았다.
<당시 불타고 있었던 1080호에 타고 있었던 승객 류호정 씨가 촬영한 2장의 사진으로 대구 지하철 참사를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참고로 사진에 찍힌 사람들은 모두 생존했으며 사진을 보면 연기가 칸 내에 찼는데도 탈출할 생각도 없이 좌석에 가만히 앉아있는
등의 모습을 보면 집단 심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최상열 기관사는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열차를 감싸는 불길과 주위의 수많은 유독가스 등으로
인해 결국 패닉에 빠져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지도 않은 체 마스터키를 뽑고 탈출해 버렸다.
마스터키는 전동차가 단전되어도 시동을 걸고 출입문을 여닫는 등 전동차 운행과 제어를 하는 열쇠인데
최상열 기관사가 마스터키를 뽑자마자 출입문은 그대로 닫혀버렸고 동시에 1080호 내부의 승객들도 갇혀버렸다.
불길이 그들을 덮쳐오기 시작했고 결국 그들은 불길 속에서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해 하나하나 죽어가기 시작했다.
천만다행히도 당시 1080호의 4호 객차에 타고 있었던 금호역장 권춘섭 씨가 문을 수동으로 게폐시켜서
그나마 일부 승객들이 불타는 전동차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메세지>
결국 이 날 중앙로역에서 무려 192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만 151명에 달하는 2003년 최악의 참사가 되어 버렸다.
지하철 내부의 승객들은 대부분 질식으로 숨졌지만 시신이 화재로 인해 대부분이 녹아 군데군데 눌러붙어서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시신이 무려 21명이나 되었다. 게다가 불이 난 1079열차보다 불이 옮겨 붙은 1080열차의 편성에서
더 많은 사상자가 나와서 1080열차에 대한 운행 중지 조치만 빨리 이루어졌어도 사고의 규모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참혹한 현장. 하얀색 천은 시신을 가린 것이다.>
용의자 김대한은 구급차가 오자 자신도 피해자인 척 하며 병원으로 옯겨졌지만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몇 시간 후 경찰에 체포된다.
<체포된 김대한>
후에 재판에서 1080호 기관사 최상열은 열차의 출입문을 닫아버려 승객들의 탈출을 막아 많은
사상자를 내게 한 점으로 금고 5년, 1079호 기관사 최정환과 가장 먼저 화재 사실을 연락 받은 관제사 방정민에 대해서는
초동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각 금고 4년, 홍순대 등 나머지 관제사들에 대해서는 각각 금고 3년에서
1년 6월이 선고되었으며 그 밖의 역무원이나 시설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직접 책임이 없다고 하여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병크와 부실한 초기대응> --
* 저질스러운 전동차
당시 화재에 휩쓸린 1079호와 1080호 전동차 모두 화재에 매우 취약한 가연성 재질이 포함된 불량
내장재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재질들로 구성된 시트들은 불에 닿자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뿜어대기시작했고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소방안전대책도 전무해서 열차 내에 고작 소화기만 비치되어 있었고 설상가상 대피방법과
비상상황 시 출입문을 열 수 있는 방법조차 아주 조그맣게 써져 있었기 때문에 승객들이 즉각 탈출하기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 사고 현장의 물청소
당시 대구시는 아직 참사원인이 규명되지 않아서 사건현장을 보존해야됨에도 불구하고 사건현장을 물청소하는 병크를 저질렀다.
게다가 항의하는 유가족들에게 당신들이 물청소에 동의했다, 지하철 공사가 물청소를 지시했다 등등 변명을 만들기에
급급했으며 문제가 되자 나중에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긴 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는지
지하상가 통로만 물청소를 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중앙로역 지하층을 모두 3차례나 물청소를 한 것이 밝혀져 수많은 비난을 받았다.
* 1079호의 최정환 기관사
화재의 원인이 된 1079호 전동차를 운행 중이던 최정환 기관사는 화재가 발생하자 밖으로 나가 소화기를 뿌리고
승객들을 대피시키려 했다는 게 밝혀지긴 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화재사실을 운전사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
당시 대구지하철공사 소방안전대책에는 '화재발생시 기관사는 운전사령에게 화재발생 상황을 급보하여 지시에 따른다'고
규정으로 정해져 있어서 최정환 기관사가 최소한 승객들과 대피하기 직전에라도 운전사령과 통신했다면
1080호의 진입을 막을 수 있었을 희망이 생겼을 터이다. 그러나 최정환 기관사는 그러지 않았고
결국 1080호가 중앙로역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 기계설비사령실
1079호에 불이 붙자 기계설비사령실에 화재경보음이 바로 크게 울리고 상황판에는 '화재 발생'이라는 경보가 나타났고
당시 기계설비사령실에 근무하던 직원 3명은 이를 포착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이들은 이를 '기계 오작동'으로 판단해버리는
병크를 저질렀고 운전사령실에 보고하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즉각 통보하고 화재진화에 힘을 썼다면 2분 30초 뒤에 중앙로역으로
들어오는 1080호를 정지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후에 밝혀진 사실로는 지난해에 기계설비사령실에서 화재경보 오작동이 무려 96차례나 발생해 1079호의
화재경보도 단순 오작동으로 착각했다고 한다.
* 운전사령실
화재 당시 운전사령실의 초기대응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화재 2분 뒤인 아침 9시 55분, 중앙로역 역무원이 운전사령실에
"중앙로역 실제 화재입니다. 전혀 앞이 분간이 안 됩니다. 신고 좀 부탁드립니다."라며 중앙로역 화재사실을 신고하였으나,
방정민을 포함한 운전사령실의 직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119 신고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운전사령실은 CCTV 화면조차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게 드러났다. 당시 운전사령실에는 3명의 부원이 있었고
적어도 이들 중 한 명은 CCTV를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게다가 중앙로역을 비추고 있었던 CCTV는
불길 때문에 화재 발생 20초만에 멈춰버렸기 때문에 뒤늦게 CCTV를 체크하려 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운전사령은 일단 역 내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CCTV가 멈춰버렸고 통신체계도
엉망진창이라 화재가 얼마나 심각한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나마 9시 55분과 56분 사이에 1079호의 최정환 기관사와 연락하려 했지만
그것조차 실패했다. 결국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운전사령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1080호에게 중앙로역의 진입을 허락하고 말았다.
보통 역 내에 화재가 발생하면 전동차 운행 중지를 요구하거나 무정차 통과를 시키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1080호에게 주의랍시고 역 내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조심히 들어오라고 통보하긴 했다.
1080호에도 화재가 발생한 후에도 운전사령의 병크는 계속되는데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정확한 화재규모를 알지 못한 탓에
1080호 기관사 최상열에게 계속 안내방송만 하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답답해진 최상열 기관사가 빨리 조치를 취해달라 했지만
운전사령은 단전되서 차가 못 움직인다는 말만 했다. 물론 사고발생 한참 후인 10시 2분에 승객들을 위로 대피시키라는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게다가 뒤늦게 승객대피지시를 내린 이유도 최상열 기관사와 전동차에
전기 공급이 재개되기를 기다리기만 했어서라는게 밝혀져 수많은 비난을 받았다.
* 전력사령실
화재의 영향으로 인해 전차선 자동단전이 일어나 1080호가 중앙로역을 벗어나질 못하자 전력사령실은
1080호에 3차례 자동 급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화재로 인한 전류 과부화 현상 때문에 실패했고 이에 전력사령실은
수동으로 다시 급전을 시도하지만 역시 실패했다. 사실상 완전단전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전력사령실은 수동 급전 시도 실패 후에도 완전 단전 사실을 1080호 기관사나 운전사령에 알리지 않았고 이 때문에
1080호 최상열 기관사와 운전사령실은 완전 단전 사실을 알지 못해 전기 공급이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왜 단전사실을 알리지 않았냐면 평소에 대구지하철은 7, 8회가량 단전이 발생해 이 날에도 평상시와 같은 단전이라고 생각했지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전력사령실은 나중에 운전사령실에게 자동급전
차단 사실을 알리려 하던 도중에 비로서 화재가 난 걸 알아차렸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 1080호 최상열 기관사
일단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화재를 더 크게 일으킨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최상열 기관사는 중앙로역으로 향하던 도중 운전사령에게 중앙로역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받았다.
이건 상부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다 처도 중앙로역에 진입하기 전에 수많은 검은색 매연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진입한 건 상당히 안타깝다. 후에 언론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최상열 기관사는 승강장에 배치되 있는
쓰레기통 같은 곳에서 불이 난 걸로 짐작했고 지하철 전동차는 불연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절대로 불이 붙지 않는다고
배워서 전동차가 화재에 휩쓸리지 않을 거라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가 운전중이던 전동차에는 가연재가 포함된 불량 내장재가 깔려 있었다.
어찌됐든 중앙로역에 진입하고 열차가 화재에 휩쓸리기 시작하는데 정작 최상열 기관사는 운전사령과 전동차
급전에만 집중하느라 승객대피를 뒷전에 두고 있었다. 나중에 뒤늦게서야 운전사령의 지시를 받고 출입문을 개통하고
승객대피를 유도했지만 전동차에 붙은 불 때문에 출입문 통제선이 타버려 다시 닫히거나 열리지 않은 곳이 매우 많았다.
그러나 최상열 기관사는 출입문이 다 열린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고 몇 분후 설상가상 사방으로 둘러싸인 불길 때문에 패닉에
빠져 승객들이 다 빠져나갔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마스터키를 빼버렸는데
이 때문에 그나마 일부라도 열려있었던 출입문이 저절로 닫혀버려 승객들이 갇혀버리고 말았다.
이 후 이렇게 사령의 지시만을 기다리면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최상열 기관사는 ‘복지부동’이라는 비난을 받는 수모를 겪는다.
-- <최상열 기관사의 옹호? 밝혀진 녹취록 조작사건> --
흔히 대구지하철 관련 글을 보면 마치 최상열 기관사가 독단적으로 마스터키를 뽑고 혼자 피신한 것처럼 서술된 것이 매우 많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초기수사 당시 경찰도 최상열 기관사가 독단적으로 마스터키를 뽑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후 상황이 반전되었는데 바로 대구지하철 공사의 조직적인 녹취록 조작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녹취록 조작사건을 알리는 뉴스제목>
밝혀진 사건 전말은 이러하다. 대구지하철 감사부 직원들은 사고 당시에 기록된 운전사령과 최상열 기관사의
휴대전화 녹취록의 존재에 대해 대단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 녹취록에 기록된 통화내용이 사령업무를 맡은
직원들에게 불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녹취록 일부분을 뺀 녹취록 문건을 작성해 통화내용을 조작하고 경찰에 제출하는 병크를 저질렀다.
그러나 곧 경찰이 종합사령실을 압수수색하고 녹취록 원본 테이프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대구지하철
직원들이 제출한 녹취록과 원본 테이프를 비교하자 일부 내용이 빠진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이 발견되자
경찰은 녹취록에 가담한 관계자들을 소환한 뒤 누락된 녹취록을 공개했다.
누락된 녹취록 부분은 사고 당시 오전 10시 8분부터 10시 11분까지 최상열 기관사와 운전사령간의 대화 내용이었다.
아래는 녹취록에서 누락된 당시 최상열 기관사에게 운전사령이 지시하는 내용이다.
"차 그렇게 놓고 이제, 차판(마스터키를 뽑으라는 뜻이다) 내려놓고 다른 데로 도망가!"
"올라가라고, ... 승강장으로 대피하라니까..."
"판 내려야 돼. 판 내려야 돼. 차 죽이고 가야 돼(전원공급 키인 마스터키를 뽑으라는 뜻이다.)
척 봐도 삭제된 녹취록은 당시 근무를 맡았던 운전사령실 직원들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대구지하철 관계자들이
의도적으로 녹취록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야 말았다. 즉, 최상열 기관사는 절대 독단적으로 마스터키를
빼서 탈출하지 않았고 당시 상부의 마스터키를 빼라는 지시를 따른 것 뿐이었다.
게다가 화재 시 마스터키를 뽑고 탈출해야 한다는 것이 규정에 나와있었다는 것도 밝혀져 설사 운전사령실의 지시를 못 받았다
가정해도 최상열 기관사는 당시 규정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된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밝혀졌다고 최상열 기관사에게 정상 참작을 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비록 상부의 지시와 규정대로
행동했다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승객들의 탈출에 전력을 다하지 않은 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아무런 말을 해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다. 게다가 최상열 기관사는 후에 사건진술과정에서 말을 번복하는 등
거짓말을 하는 정황도 포착되었다.
그러나 당시 최상열 기관사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당시 최상열 기관사는 지하철을 운전하는
하위 직원에 불과했으며 이러한 사람에게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독자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건 거의 무리수에 가깝다. 게다가 당시 지하철 주위에는 시뻘건 화염이 계속 불타오르고 있었음으로 평소보다
상황판단능력이 흐려졌을 가능성도 매우 많았다.
실제로 최상열 기관사에 대해 당시 사고로 딸과 아내를 잃은 전재영 씨는 이렇게 발언했다.
"나중에 알았다. 기관사가 매뉴얼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직장을 잃는다. 당시 상황을 긴밀하게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나. 그 사람은 위급한 상황이니 매뉴얼대로 한 거다. 마스콘키를 뽑아서 지하철을
탈출한 것도 매뉴얼대로 한 일이다. 문제는 위기상황에 맞춰 매뉴얼을 만들어놓지 않은 게 문제 아닌가.
그런 매뉴얼 하나 없었던 게 참사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쨌든 최상열 기관사가 운전하던 1080호에 매우 많은 승객들이 사망한 건 사실이기
때문에 결국 최상열 기관사는 안전관리 문제로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8년에 출소했다.
여러분은 사고 당시 최상열 기관사가 어떻게 행동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1분 1초가 아까우니까운전사령의 지시 따위 다 무시하고 승객들의 대피에만 집중했어야 했을까요?
아니면 운전사령과의 교신을바탕으로 승객들의 대피를 결정해야 했을까요?
끝으로 이 사고로 돌아가신 192명의 희생자분들께 애도를 표합니다
<참고자료 및 출처>
유튜브, "[그때 그 뉴스]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2016.02.17)
유튜브, "[대한민국 흑역사]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통신녹음 공개,"
(2015.03.26)
네이버뉴스 조현철·신현기기자, "[대구지하철참사]사고역 불길 보고도 왜 멈췄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0008990, (2003.02.19)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세월호 농성장서 치킨 먹는 일베, 불쌍하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32278, (2016.01.06)
위키백과,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A%B5%AC_%EC%A7%80%ED%95%98%EC%B2%A0_%ED%99%94%EC%9E%AC_%EC%B0%B8%EC%82%AC#9.EC.8B.9C_56.EB.B6.84_45.EC.B4.88_-_1080.EC.97.B4.EC.B0.A8_.EC.A4.91.EC.95.99.EB.A1.9C.EC.97.AD_.EB.8F.84.EC.B0.A9, (2017년 6월 10일 접속)
나무위키, "대구 지하철 참사," https://namu.wiki/w/%EB%8C%80%EA%B5%AC%20%EC%A7%80%ED%95%98%EC%B2%A0%20%EC%B0%B8%EC%82%AC#rfn-4, (2017년 6월 10일 접속)
중앙일보, "[대구 지하철 참사] 교신내용 녹취록 조작," http://gangnam.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total_id=126211, (2003.02.25)
네이버뉴스, "[대구 지하철 방화]화재경보 무시 즉각 통보 안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0&aid=0000177998, (2003.02.23)
네이버뉴스, "대구지하철 종합사령실.기관사 초기대응 엉망,"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0322510, (2003.02.20)
네이버뉴스, "[화재]'1080호 문' 안열었나 못열었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8&aid=0000010721, (2003.02.19)
네이버뉴스, "[대구지하철참사]1079호 사고 기관사 최정환씨,"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0008938, (2003.02.19)
경향신문, "[대구지하철참사]참사빚은 ‘魔의 4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302202211271&code=910100, (2003.02.20)
김태윤 - 한양대학교, "대구지하철 참사 사례연구, (2017년 6월 10일 접속)
동아일보, "지하철公 사령실 "마스터키 뽑아 대피하라"지시 드러나," http://news.donga.com/3/all/20030225/7916285/1, (2003.02.25)
중앙일보, "대구지하철참사 기관사, 5년 복역 뒤 출소해,"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b586&folder=2&list_id=13056185, (2013.02.18)
중앙일보, "[대구 지하철 참사] 참사 막을 기회5번이나 놓쳐," http://news.joins.com/article/125773, (2003.02.25)
개드립 - 대구지하철 참사 재구성 ( https://www.dogdrip.net/2896614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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